생리 빈곤에 놓인 청소년, 깔창 대신 존엄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생리 빈곤이란 무엇인가
생리 빈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리용품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생리를 경험하는 여성청소년 중 일부는 생리대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 휴지, 신문지, 심지어는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보건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변화와 한계
2016년 이슈가 되었던 깔창 생리대 사례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이를 계기로 정부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정책 자체를 모르는 청소년이 많아 실제 신청률은 낮은 편이며, 지역에 따라 지원 내용이 상이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겪는 생리 빈곤의 현실
생리 빈곤은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 신체적 문제: 위생 상태가 불안정해지며 감염 등의 건강 문제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 정서적 문제: 생리를 숨기려는 심리로 인해 부끄러움, 불안, 스트레스가 누적됩니다.
- 사회적 문제: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등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해 학습권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자기 인식과 자존감은 향후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생리 빈곤은 단기적인 복지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인권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기본적으로 ‘선정 기준’을 필요로 하는 선별적 복지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대상자가 되어도 신청이 번거로워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마다 지원금액, 사용처, 구매 제한 품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선별 지원에서 벗어나 보편적 생리용품 지급 제도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학교 또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무료 생리용품을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인권 중심의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소년 생리 빈곤 해결을 위한 접근 방안
- 보편적 생리용품 지급 제도 도입
모든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이 무상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정 나이 이하 여성에게는 월 1회 생리용품 키트를 제공하는 식의 정책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 신청 절차 간소화
모바일 간편 인증이나 학교 기반 자동 신청 방식 등을 통해 복잡한 신청 절차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 홍보 강화 및 교육 확대
정책 존재를 모르는 청소년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내와 함께 생리에 대한 정확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 지역 간 형평성 확보
지자체별로 바우처 사용 가능 품목이나 사용처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품질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공공장소 생리용품 비치 확대
지하철역, 공공 화장실, 학교, 청소년 시설 등에 무료 생리용품 비치함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사회적 인식 전환의 필요성
생리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며, 생리용품은 필수생활품입니다. ‘부끄럽다’, ‘사치품이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안전하고 존엄하게 생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기본입니다.
생리 빈곤은 단순히 물건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허점이 만들어낸 인권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 개입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깔창 생리대 사건이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생리 빈곤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청소년들은 여전히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해 불결하고 위험한 대체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 정책 접근성 개선, 생리에 대한 정서적 수용 확대가 필요합니다. 생리를 부끄럽게 숨겨야 하는 일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생리 빈곤이 아닌 생리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